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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불효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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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티한 주주 2021. 11. 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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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남 1녀의 첫째 딸입니다. 남동생이 있습니다. 결혼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아직 자녀는 없습니다. 아이는 좋아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미뤘고, 지금은 저의 정서적인 문제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최근 직장생활 내 번아웃이 우울증이 되어 정신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3개월쯤 지나자 모든 원인이 저의 어린 시절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엄하셨고 어린 시절엔 동생과 차별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제가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고분고분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딸이었습니다. 부모님께 반항하지 않고 대들지 않았습니다. 아, 사춘기 때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 혼난 적이 있긴 합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정말 무서웠습니다. 거실에서 방까지 질질 끌려가서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사과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생 때 심리학을 배우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대화에 공감을 해주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의 고민을 아버지께 메시지를 남겼고.. 엄청 혼났습니다. 평소처럼 죄송하다고 말을 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앞으로 가족들 안 챙겨도 되니 내려놓고 너희들끼리 살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공감을 못하십니다. 자기중심적이고 통화를 하게 되면 엄마 얘기만 합니다. 제가 우울증이 있다고 처음 말했을 때도 주변 친구들에 말하지 말라는 말부터 했습니다. 제가 괜찮은지 무슨 일 때문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매년 어버이날과 어머니 생신을 꼬박꼬박 챙겨드렸습니다. 미슐랭 식당, 한정식 식당을 모시고 갔고, 최근엔 호텔에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남동생 생일에도 호텔에서 밥을 사주었고 용돈을 줄 때도 있었습니다. 좋은걸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남편은 생일을 챙김 받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맞벌이라 바쁘시거든요. 동생은 생일에 기프티콘을 선물로 보내주긴 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저는 왜 이렇게 부모님과 남동생에게 헌신하는 걸까요?

인정받고 싶어서 일까요? 사랑받고 싶어서 일까요? 

 

 

아버지는 저와 어머니가 친하게 통화하며 지내시길 원했습니다. '딸과 친정 엄마는 전화기를 붙들고 살아야 한다' 라며 저에게 엄마한테 자주 통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바빴고 제 전화를 받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카카오톡으로 잘 지내냐고 메시지를 주시긴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먼저 연락을 주고받으면 엄마가 질투를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고, 아빠와 나눈 대화는 내색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일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불효녀이고 부모님께, 특히 아버지께 상처를 안겨드렸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내내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오늘, 결국 감정이 앞섰고 부모님과 멀어졌습니다. 이기적인 딸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희생으로 저를 키워주셨는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식입니다.